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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조수미가 명품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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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조수미가 명품인 이유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3.09.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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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한국이 낳은 성악인 조수미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지 꽤 된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등등 이미 알려진 사실들은 논외로 하고 여기에선 오로지 성악인 조수미, 왜 이 분야 최고의 존재이자 빛나는 명품으로 손색없는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조수미는 자타가 공인하는 매우 다양한 테크닉의 소프라노, 즉 '콜로라투라'다.  

콜로라투라는 꾸밈음이나 스릴 넘치는 현란한 악구가 기악적으로 펼쳐지는 듯한 양식을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난이도 높은 고음에서 폭넓은 음역대를 소화해내며 현란한 기교를 발휘하는 소프라노 중의 소프라노로, 오페라에서는 주연급 역할을 이렇게 부른다. 한마디로 최고 가창력의 소유자를 의미하는 영광스러운 용어다. 조수미는 바로 이러한 콜로라투라 중에서도 세계적인 베스트 급에 속한다.  

성악에서도 소프라노 영역은 고음의 극한을 매끄럽고 아름답게 다듬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세계 중 하나다. 일정 고음역에서 좌절의 눈물을 흘리고 포기하는 성악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수미의 특장점은 여기서부터 빛난다.  

끝없이 소리를 올리는 와중에도 여타 소프라노에 비해 고음역이 두껍게 빠짐은 물론 극히 안정적이다. 소리가 높이 올라갈수록 음은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며 음정불안이 동반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점에서 조수미는 막강하다. 끝없이 올라가는 고음역에서 두껍고 안정적인 소리를 유지한다는 건 세계의 유명 소프라노들에게서조차 그 예를 찾기 쉽지 않다.  

이것은 곧 조수미의 연습량과도 직결된다. 샌드백을 많이 치게 되면 주먹에 뚝살이 생기듯 조수미 역시 성대가 두껍고 또 두꺼워 질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다. 여자라는 ‘성’의 신체적 한계를 초월한 강력한 성대를 획득했고 거기에 탁월한 심폐 기능까지 갖추었다. 또한 소리의 탄력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정확도, 성악적 스킬, 감성 모든 면에서 동양인의 한계를 벗어난 목소리인 것이다.  

조수미의 또 하나 강점은 발음이다. 성악을 듣게 되면 무슨 가사인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반면 조수미는 일반 성악가들과 달리 그 어떤 작품이라도 난 기교를 구사하는 가운데 발음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그 수준은 가히 감탄을 자아낼 만큼 빼어나다. 그만큼 소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말이다.  

유명 보컬트레이너 김명기는 “일반적으로 성악인들은 크레센도(점점 세게)로 음을 처리하는 경향인 반면 조수미는 외국 일류 성악인 들처럼 디크레센도(점점 여리게)로 음 처리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일단 디크레센도가 몸에 익은 노래에선 비트도 잘 나올 뿐 아니라 어택감도 뛰어나다. 조수미가 가끔씩 노래하는 대중가요가 유달리 뭉클하게 들리는 것도 이러한 발성방식으로 멋진 어택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깊이와 풍요로운 사운드를 연출하는 베를린필하모닉의 명 지휘자 카라얀이 어린 조수미의 노래를 처음 듣고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연습 또 연습에 목숨 걸며 자신과의 고독한 사투를 벌이던 음악도가 세계 성악계의 지존으로 우뚝 선 것, 명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명언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사례다.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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