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성이 결혼을 한다는 말을 듣고 예비신랑에게 수면제를 탄 폭탄주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감금한 이후 사라진 ‘예비신랑 실종사건’ 피고인 일당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예비신랑이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나 살해방법과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살인 혐의로 기소하지 못했고, 법원도 감금죄만 인정해 형량을 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33)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이 짝사랑 하던 L(여)씨가 K씨와 결혼을 위해 상견례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L씨에게 “결혼식장에 들어가 봐야 결혼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A씨는 후배 B(30)씨와 짜고 지난해 6월12일 예비신랑 K씨를 술집으로 불러내 수면제를 탄 폭탄주를 마시게 했고, K씨가 정신을 잃고 깊이 잠이 들자 자신들이 미리 준비한 장소로 데려가 감금했다.
그곳에는 K씨의 혈흔과 모발이 채취됐고, A씨도 K씨가 피를 흘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K씨가 2시간 정도 후에 깨어나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며 이후 K씨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범행을 부인했다.
검찰은 K씨는 이후 생사가 불투명한 실종상태인 점을 들어 이들이 살해했다고 봤으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등 감금)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고승일 판사는 지난해 11월 A씨에게 징역 15년, A씨의 범행을 도운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 판사는 피고인 A씨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 K씨가 2시간 정도 후에 깨어나서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면 즉시 휴대폰으로 가족이나 약혼자인 L씨에게 귀가하지 못한 이유를 알렸을 텐데도 지금까지 피해자가 보인 흔적은 범행 당일이나 다음날 새벽 휴대폰으로 4회에 걸쳐 문자를 보내거나 제3자가 K씨의 휴대폰을 사용해 L씨에게 1회 전화를 한 것이 전부인 점에 의구심을 가졌다.
고 판사는 위 문자나 제3자인 여자가 걸었던 전화 모두, 피고인이 범행과정을 은폐하기 위해 직접 피해자의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를 보냈거나, 미리 준비한 대포폰을 이용해 피해자의 번호를 발신번호로 하여 문자를 보내도록 한 것이거나, D씨를 피해자의 여자친구인척 행세하며 B씨에게 피해자를 더 이상 찾지 말도록 하는 내용으로 통화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이 수면제를 탄 폭탄주로 피해자의 의식을 잃게 한 후 감금하고 현재까지 실종에 이르도록 한 범행 자체의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철저히 은폐하면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지인들을 기망해 끌어들인 사실이 드러남에도 밝혀진 사실만을 인정할 뿐 범행을 철저히 부인하는 점, 피고인이 범행은폐의 수단으로 근거 없이 L씨의 부정한 행실을 들어 피해자 측과 L씨 사이를 철저히 이간하고 있어 피해자와 곧 결혼할 예정이던 L씨나 가족들의 고통이 심각한 점, 피해자의 생사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L씨나 가족들이 엄벌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차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족들을 상대로 보복범죄를 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이미 살인전과로 장기간의 구금생활을 살았음에도 다시 동종의 범행에 이른 점, 평소 원한관계 등이 전혀 없던 피해자에 대한 행위로서 피고인의 범행동기 또한 참작할만한 점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록 살해의 가능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A씨는 “범행 후 피해자가 실종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나,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고의로 실종케 한 것은 아니므로 법정 최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수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는 지난 3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B씨에게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사의 주장을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의 실종에 결정적인 계기를 초래한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점, 피해자의 실종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족들이 엄벌을 강력히 요청하는 점, 장차 피고인이 피해자 가족 등을 상대로 위협 등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음을 전제로 양형을 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살해 등의 계획을 가지고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이를 주요한 양형가중요소로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사망여부, 살인의 방법이나 사망 경위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물색한 범행장소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행한 시도만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살해 등의 계획 하에 범행을 했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감금)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7년, 범행을 도운 B(30)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검사는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면 상고했으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해석상 검사는 원심의 형의 양정이 가볍다는 사유로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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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