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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모두 남해서 판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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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모두 남해서 판각됐다!"
  • 박춘성 기자
  • 승인 2013.08.27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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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발연,남해군 고현면서 고려 중앙 지배층 관련 공공기구 확인. '대장도감=분사대장도감'...

 
[KNS뉴스통신=박춘성 기자]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인 기록문화유산 고려대장경이 남해에서만 판각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주최한 ‘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이 27일 오전 10시 남해유배문학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고려대장경 판각과 관련된 시설물로 추정되는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의 발굴성과를 공개하고 분사남해대장도감과 고려대장경 조성공간에 대한 역사학계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학술심포지엄에서 마지막 주제발표를 맡은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발표자료를 통해 “고려대장경 간기(刊記) 조사에서 대장도감판과 분사대장도감판이 동일한 장소에서 판각됐음이 드러났고 각수(刻手) 조사에서도 확인이 됐다”며 “그 장소는 남해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려대장경 ‘종경록’ 27권의 ‘분사남해대장도감개판(分司南海大藏都監開板)’이라는 기록에 따라 고려대장경 강화․남해 공동 제작설이 제기됐으며, 최근에는 남해군 고현면 일대에서 고려대장경 판각시기 고려 중앙 지배층의 직접적인 관리와 통제, 지원을 받는 공공 기구가 있었음을 입증할 만한 물질자료들이 확보되면서 이 같은 주장이 더욱 힘을 얻어 남해 단일 판각설까지 제기돼 왔다.

박 원장은 “분사대장도감판의 간기 부분을 모두 재점검하는 중에 분사대장도감판의 간기에 ‘분사대장도감(分司大藏都監)’ 부분의 글씨가 작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 다시 살펴본 결과 기존 경판의 간기에서 ‘대장도감(大藏都監)’을 파내고 그 자리에 ‘분사대장도감(分司大藏都監)’을 다른 목재에 새긴 후 이를 경판에 끼워 넣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대장도감판은 모두 분사대장도감에서 새겼던 것이며 고려대장경판은 모두 분사대장도감이 설치된 남해에서 판각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장경판에는 판각을 담당했던 각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박 원장은 “이들 각수를 조사해본 결과 분사판과 대장도감판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각수에 의해서 새겨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헌연구와 함께 남해군 고현면 일대에서 발견된 물질자료도 고려대장경이 남해군에서 판각됐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김미영 연구원은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발굴조사 성과와 의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의 구조적 특징과 조영 주체를 밝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대장경 판각지로 주목받고 있는 고현면 일대에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련암지에서는 ‘장명원시납은병일구이태서(長命願施納銀甁壹口李台瑞)’와 ‘장명원시납은병일구박아무개(長命願施納銀甁壹口朴○○)’ 명문기와가, 전 선원사지에서는 고려시대 별서 건물로 추정되는 ㅁ자형 가옥․정원(연못), ‘원숭이모양 연적’이 출토됨으로써 유적의 성격을 밝힐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명문에 나오는 ‘은병(銀甁)’은 국가 차원의 거래나 고관, 귀족 등 상류사회에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고액의 화폐로, ‘고려사’ 등의 문헌기록 이외의 자료에서 ‘은병’의 기록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첫 사례다.

또 전 선원사지 건물지 내에서 출토된 ‘원숭이모양 연적’은 고려 귀족사회에서 희귀하게 사용되던 기물이며 국내에서 5개 정도가 현존하고 있지만 모두 출토지가 불분명했다. 따라서 전 선원사지 출토 ‘원숭이모양 연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출토지가 확인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원숭이모양 연적’을 비롯한 청자와 기와의 편년, 명문의 사용례 등을 분석해 볼 때 전 선원사지는 12~13세기에 조성된 유적으로 판단되며 이 시기는 고려대장경 판각시기에 해당된다.

‘별서’로 추정되는 고급 저택, ‘은병’과 ‘원숭이모양 연적’ 등의 물질자료를 통해 볼 때 고려대장경 판각기 남해군 고현면 일대에는 고려 중앙관료(귀족) 또는 이들과 관련이 있는 지역의 호장층이 기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조사된 유적의 시간적 범위가 고려대장경 판각기인 13세기 전후에 집중되어 있고 판각용 목재 수송로인 지리산-섬진강-관음포를 잇는 해양․지리적 조건, 섬이라는 은닉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몽항쟁기의 정치적 배경, 고려대장경을 판각한 진주․하동지역의 유력자 ‘정안’ 등의 행적을 통해 볼 때 남해 고현면 일대에 고려대장경 판각과 관련한 시설물 또는 기구가 존재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날 학술심포지엄에서는 박상국 원장과 김미영 연구원의 주제발표 외에도 최연주 동의대학교수의 ‘분사남해대장도감과 강화경판 고려대장경의 조성 공간’, 윤경진 경상대학교수의 ‘고려 대몽항쟁기 남해의 위상과 분사남해대장도감 설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을 진행해 분사남해대장도감과 고려대장경 조성공간에 대한 역사학계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 됐다.

이어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추정되고 있는 남해군 고현면 일대 유적 발굴현장을 답사하는 것으로 이날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춘성 기자 pcs8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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