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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느 젊은이들의 대화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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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느 젊은이들의 대화를 듣고...
  • 박상채 논설위원
  • 승인 2010.12.2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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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두 젊은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명은 재미교포인 듯했고 다른 한명은 평범한 한국의 대학생인 듯했다.

둘의 대화 요지는 이랬다.(재미교포를 'A', 한국 대학생을 ‘B'라 하겠다)

먼저 A가 B에게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이야기 하며 “동생과 나는 미국시민권자이므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으로 가면 되는데 부모님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할아버지는 내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것에 대해 싫어하신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불안한 나라에 살아야하는 것이 너무 싫다. 우리의 잘못이 아닌데 왜 우리가 목숨을 걸어야 하나”라고 했다.
그러자 B가 말하길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나라를 잘못 타고 태어난 죄가 아니겠냐. 그래도 넌 좋겠다. 군대 안가도 되니”라고 말한다.
다시 A가 묻는다. “넌 군대 언제 가느냐?”. B가 말하길 “가긴 해야 하는데 솔직히 안갈 수 있다면 안가고 싶다.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다들 안가는데 왜 나만 가야하나”라고 푸념을 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요즘 언론에서는 연일 연평도 사태 이후 해병대 지원자가 늘고 있느니 젊은이들의 안보의식이 향상되었느니 하지만 그 단면에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국가를 책임진 지도층의 병역 미필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군대에 가는 것을 손해로 여기는 인식, 국가를 위한 고귀한 죽음을 ‘개죽음’으로 여기는 인식, 이것을 어찌 젊은 그들만의 잘못이라 하겠는가. 그들의 인식에 안타까운점이 많지만 일면 옳은 것도 있지 않은가. 그들이 택하지도, 그들이 만들지도 않은 분단이라는 현실에 목숨으로 책임져야하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

그들의 대화 가운데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다들 않가는데 왜 나만 가야하나”라는 말이었다.

오늘 한 신문기사에서 국회의원 아들 100명 중 9명 꼴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내용을 봤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소이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는 현실을 보며 군대 가기를 억울해하는 그들에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책임지지 않는 지도층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그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애국심을 기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시점인 것 같다.

=본 칼럼의 내용은 "(주)KNS뉴스통신"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상채 논설위원 webmaster@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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