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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의료개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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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의료개혁 문제
  • 최성식 기자
  • 승인 2011.06.29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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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체계 및 건강보험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한 상황입니다. 의료체계와 건강보험제도 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령화의 급격한 진전 때문입니다. 종합병원과 의원, 치과병원, 한의원, 조산원, 보건의료기관, 약국 등을 모두 포함한 진료비를 보면, 2010년에 43.6조원을 넘었습니다. 이중 건강보험 급여비로 지출한 것이 33.8조원 가량이며 나머지 10조원 가량은 환자 본인이 부담했습니다. 이로부터 한국의 경우 병원 진료비의 70% 가량은 건강보험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를 환자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진료비 가운데 총인구의 11% 가량에 불과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하고 있습니다.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진료비는 무려 60%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총인구의 7% 미만에 불과한 70세 이상 초고령인구가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은 무려 22%에 달하고 있습니다. 고령환자의 대다수가 다 중환자로 종합병원의 진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질병 역시 고혈합, 관절염, 간질환, 호흡기질환 등 고령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20-49세까지의 연령대가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은 29%에 불과합니다. 

저출산이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식세대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고령세대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건겅보험의 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건강보험 재정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2000년에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은 9.3조원인데 반해 보험료 수입은 7.2조원 가량으로 2조원 가량 적자를 보여 정부지원금이 1.55조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는 보험료 수입이 28.5조원인 반면 급여비 지출은 33.7조원에 달해 5.2조원 가량의 적자를 보였고 정부지원금도 4.9조원에 달했습니다. 

국민 1인당 연간 진료비를 보면 2004년에 53만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96만원으로 급증했으며, 단순 추계에 의하면 2015년에는 131만원, 2020년에는 168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국민 1인당 평생 진료비도 2004년 4,224만원에서 2010년에는 7,715만원으로 급증했으며 2015년에는 1억503만원으로 1억원을 넘을 전망입니다. 2020년에는 1억3405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1인당 연간진료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보험료도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 의료체계 및 건강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건강보험제도의 재정파탄을 피할 수 없으며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의료체계 및 건강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하루 빨리 나서지 않으면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고령인구가 전체 진료비 가운데에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달하는 사실을 문제 삼는다. 노인들이 더 많이 아프고 회복이 더 안 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아닌가? 미국에서도 노인들이 죽기 3-6개월간 엄청난 돈이 의료비로 지출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실상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삶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 존엄성을 지키지 못할 정도의 삶이 무슨 가치가 있고 무슨 낙이 있단 말인가?

 현재 한국에서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자녀가 많다. 설령 모시더라 하더라도, 부모가 매우 위중하면 그들을 집안에서 돌볼 여력도 없다. 한국의 노인들이 죽는 장소는 더 이상 나의 “sweet home”이 아니다. 노인들은 낯선 병원에서 낯선 자들에 둘러싸여 낯선 자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후에 먼 곳, 낯선 땅으로 가버린다. 정든 집에서 정든 가족들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떳떳한 모습으로,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고 저 먼 세상으로 마음 편히 가야할 노인들이 병원에서 자신의 존엄성만 해치고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그런 헛된 진료들을 받은 후에 세상을 하직하는 현실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자식들이 부모를 병원에 “고려장” 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상황에 따라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게 하는 조치를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들을 병원에 갖다 “버리는(?)” 이 현실의 관행들은 고려장이 아니란 말인지 극히 의심스럽다. 소득이 떨어지게 되거나, 자식 숫자가 적어서 병원에서 고려장을 지낼 여유가 없어지면, 필연적으로 “병원 고려장”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사랑은 흔히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은 자신이 낳은 생명에 관심을 쏟지 자신을 낳은 생명에 그만큼 관심을 쏟지 않는다. 비록 부모가 병원에서 고려장을 보내지 못하더라도, 자기 새끼는 돌봐야 되는 것이 인륜의 법칙이다.

 현대의 “병원 고려장”은 참으로 비용이 많은 드는 고려장이다. 마지막 시간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는 부모와 그런 추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 감당하기도 싫은 자식들은 비싼 돈을 요구하는 병원들에 부모를 맡긴다. 그 결과가 뻔하고 , 백해무익인 줄을 알면서도 각종 검사와 각종 치료를 받게 허용한다. 그것이 고려장을 지내는 한 의식이자 제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가나 지방 정부 또는 종교 단체를 비롯한 공공 단체들이 그런 목적만으로 된 hospital 을 만드는 것도 한 방책이 될 것이다. 우리는 hospital을 병원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hospital은 원래 극진히 대접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중세에 종교단체들이 병약한 자, 노쇠한 자를 받아서 먹여주고 돌보아주던 관행에서 나온 말이다. 즉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단지 노인 공양과 임종 준비를 도와주는 임무만을 전담하는 hospital의 설립도 가능한 안이 될 것이다.

 노쇠한 당사자에게 치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반드시 물어보고 , 이해관계가 없는 의사들의 조언과 정보제공이 절대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임종의 모습을 의사나 자식들이 아니라 본인들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판 “병원고려장”을 폐지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 시간 동안의 병원비가 대폭적으로 줄게 되면 , 의료비 증가도 한풀 꺾이게 될 것이다. 또한 부모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자식들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고, 부모들도 떳떳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어서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기들도 늙으면 현재의 부모들처럼 이 세상을 하직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자식들도 미래의 죽음을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병원들의 과잉진료도 치료비 증가의 한 원인은 병원들이 과잉진료를 할 수 있는 토양은 무엇인가 병원의 이윤 동기는 항상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이윤동기가 항상 현실에서 발현되는 것도 아니고 , 설령 발현되더라도 그 정도는 때와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이다.병원들 간에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마도 그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비자들(환자와 그 가족들)은 병원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이 병원은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수술을 받게 하였고, 고가 장비 검사를 받게 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자신의 병에 대해 , 어느 정도의 검사와 치료를 받으면 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약자이다. 정보가 없어서 더욱 약자가 된다.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국가가 그 병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병에 관해 가능한 치료에 관해 조언해 주는 것이다. 각 병원들의 각 병마다의 수술률이나 총 진찰료를 비교하는 자료를 환자들에게 국가가 제공하면 , “선택의 자유”가 생긴다. 그리고 비슷한 병에 대하여 어느 정도 치료이면 완치가 가능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나 자료를 제공하는 카운슬러를 각 병원마다 배치하면 ,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해 환자들은 병원들을 비교하고 , 자신의 선택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는 , 병원들은 저렴한 진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 저렴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구매하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수가를 갖고 국가와 병원들이 백날 다투어봤자 승자는 언제나 의사들이 될 것이다. 국가는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니지만, 의사들은 자기 밥그릇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하면 공급자들 간에 양질의 저렴한 서비스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공급자들을 강제하는 방법은 경쟁이지 국가가 아니다.

최성식 기자 hjn511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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