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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모가 가장 훌륭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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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모가 가장 훌륭한 교사다!
  • 박표진 광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5.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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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표진 광주대학교 교수
나의 초등학교 어린 시절, 소풍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삶은 계란 두 개를 내 손에 쥐어주며 꼭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하셨다. 모두가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의 계란은 특별한 날만 맛볼 수 있는 고급음식으로, 나는 소풍 장소로 이동하면서 내내 몰래 먹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제하며 선생님께 드렸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계란껍질을 까서 하나는 내 입에, 하나는 선생님이 드시면서 나에게 꿈을 물으셨고,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선생님과 마음을 주고받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왜, 두 개의 계란이었을까?' 아마 그 계란 속에는 구 남매를 키워야 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놓고 한 번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한 어머니의 미안함과 감사함, 그리고 내성적인 자식과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한 어머니만의 지혜가 담겨 있지 않았을까?

요즘의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갈 때 먹을 것을 잘 챙긴다. 가방 속에 바리바리 싸온 먹을거리를 풀어놓고 마음껏 먹으면서 "선생님 이거 한 번 드셔보셔요." 라고 말하는 학생은 드물다. 이는 아이들이 먹을 것을 특별히 선생님에게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자기가 먹을 것을 준비하려고 할 때 어른과 선생님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경심을 자연스럽게 키우는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윗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작게는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고, 크게는 아이의 인생에 소통과 배려의 긍정적인 인생관을 형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학교현장에 과거와는 달리 학교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하나가 되어 민주적인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학부모님들이 학교의 주요정책 추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 하고 있다. 이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방향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되나, 학부모들의 의식수준과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면서 선생님에 대한 민원과 교권침해의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기도 하다.

새삼 우리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분으로 기업 운영으로도 성공하고 자식을 잘 키워내신 분의 일화가 생각난다.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가정방문을 요청하고 집으로 찾아온 선생님을 현관까지 달려 나가 맞이하면서, 안방의 상석으로 안내하고 자녀 앞에서 젊은 교사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다 했다는 이야기다. 아마 그분의 이러한 행동은 내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다분히 의도된 부모의 교육적 행동이었을 것이지만 최근 선생님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아이들은 부모를 가장 사랑하고 존경한다. 따라서 가정에서 부모님이 윗사람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때 비로소 아이들은 윗사람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갖는다.

최근 다양한 통계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청소년이 미래의 희망하는 직업군에 교사가 들어 있다. 이는 교직에 대한 소명의식보다 안정된 직업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수한 인력이 교직사회에 진입하는 것은 다행이나 교직사회의 급속한 엘리트 집단화가 학교현장에서 문제 학생들을 이해하는 자세가 부족한 면도 발생되는 것 같아 아쉽다. 교육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은 사십년 가까이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내 자신의 경험이자 철학이다.

5월은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 교육의 달이다. 새삼 가족이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오월은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낼까 고민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가 행동으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통해 내 아이가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편지라도 아이와 함께 써 보도록 권하고 싶다.

<필자소개>

前 광주광역시교육청 부교육감

現 광주대학교 교수

박표진 광주대학교 교수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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