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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흐드러지게 늘어진 뱃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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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흐드러지게 늘어진 뱃살!!
  • 서영석 기자
  • 승인 2011.06.1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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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늙어가는 기술>이 2011년 6월 14일(화) ~ 6월19일(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 공연은 “늙어가는 데에도 기술이 있지 않을까?”라는 인생의 테마를 두고 경기도립극단의 40대에서 60대의 관록있는 배우들이 뭉쳤다. 공연은 또, “늙어가는 당신, 이미 기술을 터득하고 있습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어떤 기술을 터득하는 일은 어떤 일을 하면서만 생겨난다. 그것이 본질에 집중하는 인간이 얻어가는 행운이다. 인간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는 위대한 존재, 그러므로 늙어가는 기술을 터득하는 일은 늙어가는 수 말고 다른 도리가 없다. 노령화 시대, 늙는 일에 집중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 공연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고선웅이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그는 4년 전쯤, 문득 사십 살이 되면서 늙어간다는 생각이 쑥 들어 그때 늙어가는 데도 기술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단다. “노트에 ‘늙어가는 기술’이라는 제목을 떡하니 써서 놓고 연극을 해야지 벼르다. 작년 9월, 경기도립극단을 와서 연극 선배님들을 보면서 ‘좋은 인연’이구나 그랬어요. 기필코 우리 단원들과 연극으로 올리겠다고 작심하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즉흥극을 하고 경로당을 찾고 대화와 토론, 추억을 공유하면서 삼백 페이지가 넘게 녹취했습니다.”고 공연에 대한 근저를 밝힌다.

인생선배들은 ‘늙어가는 기술’을 간섭을 줄여라. 따지지 마라. 친구를 사귀어라.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라. 긍정해라. 구질구질하게 살지 마라. 봉사해라. 자식한테 올인 하지마라. 돈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라. 건강을 지켜라. 감사해라. 기뻐해라. 순응해라. 만족해라. 사랑해라. 호기심을 가져라. 잘 닦아라. 등등. 대충만 열거해도 질린다. 여기에 기술만 붙이면 다 늙어가는 기술이다. 사귀는 기술, 만족하는 기술 등등등. 그런데 이 기술들이 그때그때 상황 따라 캐릭터 따라 달라지면서 복잡해진다.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늙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것이다. 지금 재미있는 일을 해라. 잃어가는 것과 잊혀지는 것을 인정해라.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살아라. 호기심이 사라질 때 늙는다. 집착을 놓아라 등등등. 하지만 이것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관계에 대한 자신감, 탐욕에 대한 경계, 상실감에서 오는 자기위축, 명예를 위한 자기성찰, 익숙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 등 생각하면 그럴싸하지만 그것들 역시 늙어가는 기술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도무지 없다. 다시 말하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 그래서 늙어가는 기술은 다 열거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단다.

이 공연은 경기도립극단의 OB 엑터스 프로젝트로 경기도립극단의 40~60대 선배 배우들을 주축으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다룬 인생 이야기이다. 수 십년 이상 무대를 지킨 관록있는 선배 배우들이 즉흥극과 끊임없는 이야기를 통해 대본 작업에 함께 참여한 작품, 진솔함과 담백함으로 우리 삶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고령화 사회, ‘대체 늙어가는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화두와 인생에 대한 통찰을 질펀한 희화화로 버무린 작품이다.

공연의 내용을 보면,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11명의 찌질한 사람들의 하루를 그린다. 때 미는 게 싫어진 18년차 때밀이 남자, 강순옥은 때 밀러 온 환갑의 건달 승갑과 실랑이를 벌인다. 사채업자 찬봉이 빌린 돈 130만원을 닦달하자, 순옥은 하우스방을 운영하는 무칠의 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파이터 창수와 트레이너 철동은 경기의 패인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여기에 알콜중독자 태분이 끼어든다. 사랑을 좇는 유한마담 옥녀와 자유주의자 길섭, 제비를 꿈꾸는 무술인 춘기, 키우던 닭을 하늘로 날려버린 우울증 환자 현순까지. 11명의 독특한 인물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하루를 산다. 과연 이들의 하루,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경기도립의 원로급(?) 배우, 이승철과 김종칠, 서창호는 이미 대학로의 무대에서 명성을 날리던 검증된 관록파 배우들로 그들의 연기에 맞춘 공연은 경기도립극단이라는 명성에 멋진 훈장을 달아줄 것이다. 자연인보다는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무대파 배우 서창호는 항상 조용한 일상으로 그다지 눈에 두드러지지 않지만 무대에 서면 확실한 자기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배우이다.

 

 

또 배우 이승철은 공연에서, ‘흐드러지게 늘어진 뱃살’을 과감하여 드러내며 여자 관객들의 무엇엔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 때 대학로의 호랑이로 군림하다 어느 날 훌쩍 대학로를 떠난 그가 경기도립극단의 지도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제2의 연기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승철은 한국연극계에서 최고의 에너지 배우로 유명했으나 이젠 연륜에 기교까지 보태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를 공언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배우들의 공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음은 경기도민의 예술적 행복이 아닐까한다.

경기도립극단은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 2011년 경기도립극단 '웰메이드 연극의 메카'를 주창하며 1990년 창단한 이래 40여회의 정기공연과 특별공연, 수백 회에 이르는 순회공연 등을 통하여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던 우리공연(연극) 예술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시켜 도민 여러분과 함께하는 문화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활발히 해왔다.

이제 스무 살의 청년이 된 경기도립극단은 젊은 사장과 예술감독을 영입하여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2011년 “웰메이드 연극의 메카”라는 비젼을 세우고 보다 높고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관객 개개인에게 “마음을 여는 행복한 선물”을 선사하고 문화향유의 계층확대와 세계수준의 문화소양을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경기도립극단과 문화의 전당은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예술단이다. 젊은 사장, 젊은 예술감독 다 좋고 공연의 면면을 보면 훌륭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옛말에 “늙은 쥐가 독 뚫는다”라는 말이 있다. 젊음 기백만으로는 한계를 이르는 말이 아닐까?

매번 훌륭한 공연을 만들어 놓고도 극장의 사정이나 스케쥴에 의해 불과 며칠 만에 막을 내리는 아이러니는 극장을 운영하는 지도부나 기획의 미흡함에 많은 질책은 불가피할 것이다.

 

 

서영석 기자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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